[베스트CEO] 양원석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

  • 2013.12.24 오전 11:27:58
양원석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 /김범수 기자 kbs@chosun.com

양원석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56)는 협상의 귀재다. 최근 한달새 세계적인 기업과 굵직한 계약 2건을 성사시켰다.

지난달 29일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플루리스템 테라픽스사와 연구 파트너십을 맺고 1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이뤄냈다. 이달 12일에는 미국 10대 병원그룹인 웨이크포레스트와 줄기세포 공동연구와 미래형 병원 설립을 함께하기로 했다.

양 대표가 “미국과 한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소속 의사를 일사 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연구소와 대학을 모두 갖춘 곳은 우리 뿐”이라며 상대회사 대표를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다.

양 대표는 조선비즈의 상장사 CEO 경영실적 평가에서 중소형주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차병원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2011년까지만 해도 영업적자가 8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양 대표가 취임한 이후 영업이익 증가율이 연평균 3822%에 달한다. 시가총액 증가율도 16.8%다.

조선비즈는 최근 서울 청담동 차움에서 양 대표를 만나 경영 비결을 들어봤다. 양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미생물학 석사 출신으로 대상과 한미약품을 거쳤고 지난해 7월 차바이오앤디오스텍 CEO에 취임했다.

차병원그룹의 바이오기업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줄기세포 연구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동시에, 서울 청담동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병원을 운영한다. 또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휴대폰용 카메라렌즈를 납품하고 있다. 블랙박스를 만들어 육군 전 헬기에 설치하고 차량용으로도 판매한다.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광학 분야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 설비 투자를 적기에 실행해 삼성전자가 갤럭시 S2, S3, S4 등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기술 개발 속도와 품질을 맞췄다. 적기에 설비 투자를 잘했다. 시장 변화를 내다보고 철저히 준비한 결과다.”

-광학은 다른 대표가 맡고 있는데.
“단독 대표를 하다가 올해 3월부터는 광학 사업 분야를 유호성 대표에게 넘겼다. 분야별 전문경영을 이루기 위해서다. 저는 미생물을 전공해 제약과 바이오 분야를 맡는 게 맞다.”

-바이오 분야 매출이 적은데.
“현재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바이오 분야 매출은 전체의 5% 수준으로 미미하다. 광학과 병원 운영에서 얻은 수익을 바이오 연구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제 역할은 바이오 분야 매출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다.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서 임상시험을 빨리 진척시켜야 한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망막색소상피세포로 황반변성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눈의 중심부인 황반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원인이 다양한데, 각각에 대한 임상시험을 국내ㆍ외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증자 동의를 받고 사산아나 낙태아의 중뇌에서 세포를 뽑고 배양해 파킨슨병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치료제 개발은 언제쯤 가능할까.
“일단 한번 터지면 매출로 크게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일이 되면 70%가 운이고 30%가 실력이라더라. 그동안 준비한 것이 많으니 3~4년 안에는 줄기세포 치료제 출시가 가능할 것이다. 바이오 분야는 신약개발의 성공 효과가 최소 15년은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는 사업별 매출 기여도가 상당히 역전될 전망이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성장 이유는.
“추진력이다. 의사 결정이 빠르고 병원과 협력이 잘된다. 일반 제약사들은 병원에 임상시험을 맡기면 현격한 갑과 을이어서 돈을 주고도 의견 개진이나 요구를 못한다. 우리는 차병원 의사들을 바로 소집시켜서 한다. 모든 관계자가 자유롭게 논의하며 진행한다.”

-의사들과 협력할 수 있는 비결은.
“차병원그룹만의 조직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기업의 직원처럼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차광렬 회장 때문이다. 의사 출신인 선배 말이 더 통하는 점도 있지만 워낙 열심히 일하며 뭐든 고민하고 알고 있는 보스이다 보니 밑에서 저절로 움직이게 된다. 저도 주말 중 하루는 꼭 추가 근무를 하고 있다.”

-미국 LA차병원의 성공 비결은.
“차 회장이 사비를 들여 엄청난 모험을 한 거다. 사업성이 없다고 대출도 못 받았다. LA에서 80년 역사를 지녔지만 경영 악화에 처한 병원을 2004년 인수했다. 처음 2년은 적자로 고생했지만 첨단 기술과 고급 서비스를 도입해 흑자 전환했다. 미국 의료제도와 보험의 변화를 빠르게 입수하고 대처했다. 인종별로 환자 공략을 달리하고 동네의사와 관계를 돈독히 맺어 환자를 유치했다. 또한 다른 미국병원과 달리 LA차병원 의사들은 조직적으로 빨리 움직인다.”

-LA차병원 운영도 직접 하나.
“100% 자회사 씨에이치오(CHO)가 관리를 맡고 있다. LA병원의 실적이 괜찮은 편이다. 최근엔 해외 병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CHO에 15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계약한 웨이크포레스트 병원그룹과 함께 청담동 차움과 같은 미래형 병원시설을 짓기로 했다. 앞으로도 매일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